
최근 “60만 원짜리 롤렉스가 등장했다”는 기사 한 편이 화제가 됐다. 명품 시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롤렉스가 이 가격대라니, 얼핏 보면 ‘명품의 굴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히 롤렉스가 싸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명품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에 가깝다.
이번에 소개된 제품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스마트렛(Smartlet)’이다. 이 제품은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를 하나의 스트랩 구조로 연결한 형태로, 손목 위쪽에는 롤렉스 같은 기계식 시계를, 아래쪽에는 애플워치를 장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롤렉스를 개조한 것도 아니고, 애플워치를 시계 안에 넣은 것도 아니다. 두 개의 시계를 ‘동시에 착용’하되, 하나의 팔찌처럼 보이도록 만든 새로운 형태의 액세서리다.
1️⃣ 왜 이런 제품이 나왔을까
이 발상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명품 시계는 멋있지만 기능이 없다
- 스마트워치는 편리하지만 디자인이 아쉽다
- 둘 중 하나를 고르자니 항상 아쉽다
실제로 명품 시계를 차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일상에서는 애플워치를 따로 착용하거나, 상황에 따라 시계를 바꿔 차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스마트렛은 이 현실을 인정한 제품이다. “왜 하나만 골라야 하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결과물인 셈이다.
2️⃣ 명품 시계의 역할은 이미 바뀌고 있다
과거 명품 시계는 ‘정확한 시간 측정’과 ‘내구성’이 핵심 가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정확한 시간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명품 시계의 역할은 명확히 달라졌다.
-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 ❌
-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 ✔
롤렉스를 차는 이유는 이제 시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취향과 기준을 가진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반면 애플워치는 전혀 다른 영역을 담당한다.
- 건강 관리
- 운동 기록
- 알림, 결제, 일정 관리
즉, 기능은 스마트워치, 상징은 명품 시계로 완전히 역할이 분리된 것이다.
3️⃣ ‘위는 롤렉스, 아래는 애플워치’가 의미하는 것
스마트렛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위치’다.
- 손목 위쪽, 가장 눈에 띄는 자리 → 기계식 시계
- 손목 아래쪽, 기능 중심의 자리 → 스마트워치
이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선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사람들은 여전히 명품 시계를 ‘보이는 물건’으로 인식한다. 반면 스마트워치는 ‘쓰는 물건’으로 인식한다.
명품의 위계는 유지하면서, 실용성만 추가한 구조. 이 점에서 스마트렛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소비 심리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4️⃣ 60만 원이라는 가격이 의미하는 것
이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롤렉스의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 아니다.
60만 원이라는 가격은 명품 시계를 대체하려는 가격이 아니라, ‘추가 선택지’로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고가의 명품 시계를 이미 보유한 소비자에게 스마트렛은 새로운 시계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소비를 보완하는 도구다.
이는 명품 소비가 ‘소유’에서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 명품이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소비 방식이 바뀌는 중
최근 명품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이는 명품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소비자의 기준이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 비싸기만 하면 선택받지 않는다
- 브랜드만으로는 부족하다
- 내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명품은 더 이상 ‘단독 주인공’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마무리
‘60만 원짜리 롤렉스’라는 표현은 자극적이지만, 이 이슈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다.
전통 시계와 스마트워치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비자, 그리고 그 욕구를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한 시장의 반응.
명품 소비 공식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앞으로의 명품은 얼마나 비싼지가 아니라, 얼마나 지금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지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