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신약 ‘레켐비’ 치료를 시작했다는 말을 들으면 환자와 보호자는 우선 안도하게 됩니다.
“이제 신약을 맞으니까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겠지.”
“비용도 많이 들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는데,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하는 것 아닐까?”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하거나 이미 떨어진 기억력을 예전처럼 되돌리는 약이 아닙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목적이 있는 치료제이므로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수면·식사·혈압·혈당 같은 생활관리도 이어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이 레켐비 치료를 받는 환자 150명의 생활습관을 살펴본 결과, 15가지 관리 항목을 모두 실천한 환자는 3% 미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3%’라는 숫자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신약을 맞고 있는 환자와 가족은 일상에서 무엇을 함께 관리해야 할까요?
레켐비 치료와 생활관리의 관계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 레켐비는 치매를 완치하는 주사가 아닙니다
레켐비는 ‘레카네맙’이라는 성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입니다.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제거함으로써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모든 치매 환자가 맞을 수 있는 치료제는 아닙니다.
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가운데 검사와 전문의 판단을 거쳐 투약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의 기억력을 회복시키거나 질환을 완전히 없애는 치료는 아닙니다.
따라서 “치매 신약을 맞았으니 이제 괜찮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여러 관리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레켐비의 효과와 투약 조건이 궁금하다면
레켐비의 투약 대상과 검사 조건, 치료 효과, 비용 등 기본적인 내용은 아래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레켐비의 효과와 비용을 반복해서 설명하기보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생활관리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2. ‘생활관리 실천 환자 3%’의 정확한 의미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레켐비 치료를 받는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생활관리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생활관리 항목은 다음과 같은 15가지였습니다.
- 하루 25분 이상의 신체활동
- 건강하고 규칙적인 식사
- 충분한 수면
- 꾸준한 인지활동
- 사회활동과 다른 사람과의 교류
- 청력 관리
- 시력 관리
- 금연
- 절주 또는 금주
- 스트레스 조절
- 삶의 목적과 의미 찾기
- 혈압 관리
- 체지방 관리
- 콜레스테롤 관리
- 혈당 관리
연구 결과, 15가지 항목을 모두 적절하게 관리한 환자는 3% 미만이었습니다.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5가지 항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3%’라는 숫자를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3%만 생활관리를 했고 나머지 97%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운동·식사·수면·혈압·혈당 등 15가지 항목을 빠짐없이 모두 관리한 환자가 3% 미만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금연이나 식사를 잘 관리하고 있더라도 운동, 혈당, 체지방 또는 스트레스 관리 중 일부를 놓쳤다면 ‘15가지 모두 실천한 환자’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한 하버드대 의대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이 레켐비 치료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환자들의 생활습관 실천 상태를 확인한 연구입니다.
생활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켐비의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고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약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조차 일상적인 건강관리에는 여러 빈틈이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3. 환자들이 가장 많이 놓친 것은 ‘운동’이었습니다
15가지 항목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많이 실천하지 못한 것은 운동이었습니다.
- 하루 25분 이상 운동을 실천하지 못한 환자: 63%
- 혈당 관리가 부족한 환자: 59%
- 스트레스 조절이 부족한 환자: 56%
- 체지방 관리가 부족한 환자: 55%
반면 금연은 조사 대상자의 99%가 실천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되는 항목으로 나타났습니다.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정해진 시간에 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고, 낙상이 걱정돼 외출을 피하기도 합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좋지 않아 걷기 어려운 환자도 있으며,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때문에 움직이려는 의욕 자체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운동하세요”라는 말만 반복해서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환자의 신체 상태에 맞춰 언제, 어디에서,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25분을 한꺼번에 걷기 어렵다면 아침 식사 후 10분, 점심 식사 후 10분, 오후에 5분처럼 나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걷기가 불편하다면 의자에 앉아 발목을 움직이거나 팔을 들어 올리는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심장질환이나 관절질환이 있거나 낙상 위험이 큰 환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과 적절한 운동 범위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혈당과 혈압 관리는 뇌 건강과도 연결됩니다
“혈압약과 당뇨약은 잘 먹고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을 복용하는 것과 실제 검사 수치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체지방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뇌 역시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뇌 건강을 지키는 데도 중요합니다.
특히 인지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약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복용을 빠뜨리거나, 반대로 같은 약을 두 번 먹을 수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면서 혈당 관리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의지만 강조하기보다 보호자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 일주일 단위 약통에 약을 나눠 담기
- 약 복용 확인표 만들기
- 혈압과 혈당 측정 결과 기록하기
- 진료 시 최근 측정 기록을 의료진에게 보여주기
- 달고 짠 음식을 한꺼번에 금지하기보다 양을 단계적으로 줄이기
- 체중과 허리둘레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기
검사 수치가 좋지 않다고 환자를 나무라기보다 무엇이 실천을 방해하는지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약 복용을 잊는 것인지, 식사를 혼자 챙기기 어려운 것인지, 운동할 장소가 없는 것인지 원인에 따라 해결 방법도 달라집니다.
5. 수면·청력·시력도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마세요
잠을 깊이 자지 못하거나 낮과 밤이 바뀌는 문제는 고령자에게 흔합니다. 그러나 수면이 부족하면 낮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과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고, 낮잠은 너무 늦거나 길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밤에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숨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모습이 보인다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청력과 시력 저하도 “나이가 들면 원래 그렇다”며 방치하기 쉽습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습니다. 시력이 떨어지면 독서나 외출, 운동 같은 활동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청력이나 시력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텔레비전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틀기
- 다른 사람의 말을 자주 되묻기
- 대화 중 엉뚱한 대답을 하기
- 안경을 써도 글씨를 읽기 어려워하기
- 계단이나 문턱에서 자주 발을 헛디디기
- 어두운 곳에서 움직이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기
치매 증상 때문에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청력이 떨어져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력과 시력을 점검하는 것은 감각 기능뿐 아니라 환자의 사회활동과 안전을 지키는 관리이기도 합니다.
6. 환자 혼자보다 보호자가 함께해야 합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15가지 생활습관을 혼자 기억하고 실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사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70대 부모님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레켐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녀는 치료 일정과 병원비는 꼼꼼하게 챙기지만, 부모님이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냉장고에는 반찬이 있지만 식사를 건너뛰는 날이 있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소파에서 잠들어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당뇨약은 드시지만 혈당은 거의 재지 않습니다. 밖에 나갔다가 길을 잃을까 걱정돼 외출도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왜 운동을 안 하셨어요?”라는 지적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냉장고 옆에 다음과 같은 간단한 관리표를 붙여놓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아침 약 복용하기
- 식사 후 10분 걷기
- 낮에 가족이나 지인과 통화하기
- 물 충분히 마시기
- 저녁 약 복용 여부 확인하기
-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기
완료한 항목에는 환자가 직접 동그라미를 표시하게 합니다. 글을 읽기 어렵다면 색깔이나 그림 스티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남겨두되, 기억이 필요한 부분은 보호자와 주변 환경이 보완해 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모든 일을 대신해 주기보다 환자가 가능한 범위에서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7. 15가지를 한꺼번에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15개 항목을 모두 본 순간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다 지키지?”
“한두 가지도 어려운데 모두 못 하면 소용없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습니다. 생활관리는 완벽하게 해내는 시험이 아니라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위험요인을 하나씩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첫째,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루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환자의 관절 상태와 낙상 위험에 맞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둘째, 약과 검사 수치가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약을 빠뜨리거나 중복 복용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가 적절한 범위에 있는지 의료진과 상의합니다.
셋째, 잠과 식사가 규칙적인지 확인합니다
일정한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정해 하루 생활의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줍니다.
넷째, 사람과 대화하고 머리를 쓰는 시간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가족과의 통화, 장보기, 익숙한 노래 부르기, 사진을 보며 이야기하기, 간단한 집안일처럼 환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찾습니다.
한 가지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다음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환자의 상태는 매일 같지 않기 때문에 어떤 날은 충분히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를 놓쳤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음 날 다시 이어가면 됩니다.
8. 신약과 생활관리는 서로 대신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레켐비가 등장하면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좋은 치료제가 나왔다고 해서 운동, 식사, 수면, 사회활동과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생활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의사가 권한 약물치료나 정기검사를 임의로 중단해서도 안 됩니다.
레켐비 치료와 생활관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이어가야 하는 관리 방법입니다.
레켐비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물 부작용과 상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정해진 진료와 검사를 따라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혼란, 시야 변화, 어지럼증, 보행 이상, 경련 등 평소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생활습관 문제로 넘기지 말고 신속하게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치료 일정은 병원이 관리해 줄 수 있지만, 환자가 병원 밖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과 환자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신약을 맞고 있는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약 치료와 함께 오늘 하루의 생활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이 질문까지 함께 살펴볼 때 레켐비 치료의 의미도 더욱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레켐비와 생활관리 Q&A
Q1. 레켐비를 맞으면 치매가 완치되나요?
아닙니다.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제입니다. 이미 떨어진 기억력을 완전히 회복시키거나 치매를 없애는 치료제는 아닙니다.
Q2. 생활관리 15가지를 모두 지키지 못하면 레켐비 효과가 없어지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레켐비 치료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환자들의 생활습관 실천 상태를 살펴본 것이며, 생활관리를 하지 않으면 레켐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연구는 아닙니다.
다만 운동과 수면, 만성질환 관리, 사회활동 등은 전반적인 뇌 건강과 일상 기능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므로 약물치료와 함께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Q3. ‘생활관리 실천 환자가 3%’라는 말은 대부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운동·식사·수면·혈압·혈당 등 15가지 항목을 빠짐없이 모두 관리한 환자가 3% 미만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항목은 잘 지켰지만 다른 항목을 놓친 환자도 ‘15가지 모두 실천한 환자’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Q4. 하루 25분을 계속 걸어야 하나요?
환자의 체력과 관절 상태에 따라 나눠서 운동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운동하기 어렵다면 10분, 10분, 5분처럼 나눠 움직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낙상 위험이나 심장·관절질환이 있다면 먼저 담당 의료진과 안전한 운동 범위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5. 보호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약 복용 여부, 식사와 수면 시간, 안전한 신체활동, 혈압·혈당 관리부터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15가지를 한꺼번에 강요하기보다 환자가 가장 실천하기 쉬운 항목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 글은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입니다. 레켐비 투약 여부와 운동 범위, 혈압·혈당 관리 목표는 환자의 질환과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